詩 2015

호박/배 중진

배중진 2015. 9. 2. 18:16

호박/배 중진

 

호박이 열리지 않는다고
가친은 투덜거리신다
남들은 늙은 호박도
질펀하게 깔렸는데
반찬으로 할 호박도 따지 못했다고
힘없는 소리를 하시는데

 

고향에 오자마자 따기 시작한 호박은
아직도 냉장고에 있고
꽃이 피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며
애초부터 호박이 달려 나오는 것이 보이는가 하면
꽃은 피었는데 밑동엔 아무것도 없는 것도 있으며
종일 높은 허공을 향하여 몸부림치는 것도 있고
측백나무를 포박하듯 단단하게 뻗치는 줄기도 보였는데

 

외로우니까 호박도 열리지 않는 모양이라고
뚱딴지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주말에 식구들이 다 모인다는 소식에
호박도 희망을 보았는지
아침에 활짝 핀 꽃도 보았는데
아름답기 그지없으며
해님보다도 환하여
요즈음 늦더위에 물가를 서성이던 일벌들이
오늘은 꽃 속으로 숨어드네

 

yellowday2016.01.27 22:16 

꽃받침에 아무것도 없는건 숫꽃이 아닌가요?
호박도 꽃가루받이가 잘 되어야 많이 열린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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