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빈자리/배 중진

배중진 2016. 1. 1. 23:03

빈자리/배 중진

 

해마다 성탄절에 작은 모임을 만들어

예수님의 생신을 축하했는데

 

여름부터 아프기 시작한 친구는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여

참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가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아

하루 전날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 와

닭 쫓던 심정으로 넋을 잃고

수십 년간의 뜻깊은 순간을 더듬어 보려 해도

빈자리만 공허하게 눈에 들어오며

아쉬워도 건강하기를 기원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가 하느님 곁으로 떠날 날이 머지않았음을

 

 

 

 

 

 

 

 

 

 

 

 

 

 

 

 

 

 

 

 

 

 

 

 

 

 

 

 

 

 

 

 

 

 

 

통보를 해와
통보를 해 와

 

이리 와.
이리 와 앉아라.

 

yellowday2016.01.01 23:55 

노후로 갈수록 줄어드는게 다섯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친구가 줄어들고
둘째는 살아갈 시간이 줄어들고~
셋째는 키가 준다고합니다. 그 다음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군요~
가까이 있던 친한 친구들이 하늘로 떠난다 생각하면 정말 슬픈일일겁니다~

 

하영님 댓글

무슨 인연으로 당신을 만났을까요

얼마나 고운 인연이기에 우리는 만났을까요.
많은 눈물 짜내어도 뗄 수 없는 그대와 나 인연인 것을
내 숨결의 주인인 당신을 바라봅니다.
내 영혼의 고향인 당신을 향해 갑니다.

피고 지는 인연이 다해도 기어이 마주할 당신이기에
머리카락 베어다 신발 만들어 드리고픈 당신이기에

영혼을 불 밝혀 그대에게 드리나니 내 마음 꽃 불 밝혀
그 불 다하기까지 당신만 비추리라

부디 한 걸음 한 빛줄기도 헛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살아가고 숨쉬는 날의 꿈같은 당신이기에
마른하늘 보담 아서 꽃피울 당신이기에
그립다 말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아는 당신이기에
애닯다 입 열기 전에 내 마음이 먼저 안겨버린 당신이기에

소망의 노래로 당신 위해 기원하나니
이 인연이 다하고 나도
당신 앞에 다시 서게 하소서.
꼭. 다시 서게 하소서.
인연이 다하도록 함께 하게 하소서.
뗄 수 없는 그대와 나 인연인 것을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엔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인연도 있나 봅니다.
이제껏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이제껏 다른 모습으로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내 삶 속에 찾아온 그….
눈물겹도록 고마운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
보이지 않는 인연도
이 세상에 존재함을 알게 해 준 사람

출처 : 피천득 《인연》 중에서

 

joolychoi님 댓글

"설 명절"
설 명절 또한 추수한 곡식이
아직은 충분히 남아 있고 소와 돼지는 살찌고
해는 길어질 때다. 날로 도타워지는 햇살이
언 땅에 깊이 파고든다는 건 곧 농사꾼들에게
잔인한 계절이 올지니 그전에 실컷 먹고
충분히 놀아둬야 한다는
신호 같은 거였다
-- 박완서의《호미》중에서 --
이미 와 버린 '잔인한 계절'이
갈수록 깊어져, 설을 맞는 우리 마음을
더욱 춥고 힘들게 합니다. 살이 올라 있어야 할
소와 돼지도 깡말라 버린 듯하고, 실컷 먹을 곡식도
충분히 놀 시간도,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풍성하게 나눌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사랑과 감사의 나눔입니다
사랑과 감사를 나눌 시간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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