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마늘/배중진

배중진 2011. 11. 28. 22:39

마늘/배중진

옛날에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금년에는 부모님이 심으셨던 모양이고
벽에 걸렸던 것을 내려서 물에 담갔고
밤에 부자가 마주 보고 칼로 까기 시작했는데

의자없이 방바닥에 쭈그려 앉아야 하는 고충이란
습관이 됐던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리라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틀었지만
그렇게 쉽게 해결될리가 만무였으며

손에서 나는 냄새는 밤새도록 지워지지 않았고
다음 날에도 계속 풍겨 왔으며
깐 마늘을 물에 씻어 깨끗이 한 후
절구를 찾아 찧기 시작하였는데

또 제자리에 없어서 한참 찾았고
절구통과 절굿공이가 따로 있어
아버지의 심기가 불편하신 느낌인데
다행히도 버리지 않아 마늘을 찧을 수가 있었고

지독한 냄새를 참을 수 없었지만
한국인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양념이기에
좁은 냉장고에 차곡차곡 들어갈 수 있도록
유리그릇과 플라스틱 통에 잘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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