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r Mountain 5

가을/배 중진

가을/배 중진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는데도 고운 잎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않고 간당간당 매달려 있습니다 무섭고 혹독한 비바람에 그렇게 시달렸는데도 일편단심 곁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햇빛도 이별의 슬픔을 아는지라 축복하지 않았기에 쫓아다니면서 열광과 찬탄을 보낼 수는 없었지요 진한 눈물 잔뜩 머금은 아름다운 단풍잎은 떠나는 순간이 짧을수록 서로에게 좋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의 아픔을 같이 나눠야 가볍다기에 우수수 떨어져 누군가를 위해 밑거름이 되겠지요 10/25/2015 Bear Mountain, New York 10/26/2015 Mohonk Mountain House, New Paltz, New York 고향 생각이 납니다. 까치가 울고 참새가 지저귀는 마을이었지요. 기와집이 있었고 좀 누추하지만 초..

詩 2020 2020.10.27

시각장애인의 가을/배 중진

시각장애인의 가을/배 중진 늘 산책하던 길을 벗어나 상점이 즐비하고 사람이 붐비는 거리로 들어서 그곳의 가을을 구경하려고 했던 것은 생각보다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온화한 기온이고 어두컴컴한 집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예정된 시간이 아니어도 건강을 위해서 걷는 것이 좋으리라 여겼기 때문에 일찍 나섰는데 다른 곳보다도 훨씬 넓은 인도와 아파트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두 분의 할아버지가 팔짱을 거의 끼다시피 하고 걷는 것이 보였는데 일부러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오른쪽 꼿꼿한 흰머리 소유자가 내젓는 지팡이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과 안내자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뒤를 따라가다가 멈춰선 둘을 우회하여 무슨 말을 주고받나 귀만을 고정한 채 조심스레 앞장서서 걸으면서도 몹시 궁금하여 힐끔 ..

詩 2016 2016.10.13

추억/배 중진

추억/배 중진 가을을 타는 것은 아닐까 형제자매들과 호숫가를 거닐면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웃던 시간이 며칠 전인데 벌써 그리움이 스멀거려 쓸쓸히 호숫가를 거닐며 그들을 추억하고 있으니 초로의 인생이라서 그럴까 파도 소리 찰랑찰랑 얘기 소리 도란도란 웃음소리 깔깔깔깔 발걸음도 가벼웠고 단풍으로 수려했던 호숫가는 그리움이 넘실거려 가을엔 찾지 않으리 이별의 슬픔 되새기지 않으리 10/25/2015 10/30/2015 Bear Mountain Perkins Memoral Tower Hessian Lake Ft. Montgomery Bear Mountain Bridge West Point Museum yellowday2015.11.03 05:48 단풍이 곱습니다! 오솔길2015.11.05 06:45 배중진님~안녕..

詩 2015 2015.11.03

삶이란/배 중진

삶이란/배 중진 아침에 잠깐 집 밖으로 나왔다가 뭔가 필요한 것이 있어 목욕도 하지 않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차림으로 실내화를 끌며 편의점으로 가는데 아뿔싸 장의사를 지나쳐야만 했고 장의차와 가족이 이용하는 차가 딱 한 대라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안경을 쓴 엄숙한 두 명의 건장한 사내를 보고 참 간단한 장례이구나 싶으면서 실례를 무릅쓰고 황망히 자리를 피했는데 누군가는 모르지만, 그에게도 화려했던 날이 있었으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슬픈 날이고 각기 다른 사람들이 일에 파묻혀 무심하게 지나치지만 분명 그에게는 아름다운 사연들이 꽤 있으리라 이제까지 죽음을 피해 가는 사람은 지구 상에 신기하게도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으니 공평한 삶이지만 인간마다 또는 가족에게 즐거움이 있었다면..

詩 2015 201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