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 3

평지풍파를 낚는 낚시꾼/배 중진

평지풍파를 낚는 낚시꾼/배 중진 가을빛이 감도는 넓은 바다 여름의 열정을 식히듯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한없이 너그러운데 엉덩이에 뿔이 난 젊은이 둘 못다 한 여름이 아직도 아쉬운지 총알 같은 속도로 제트 스키를 파닥거리며 짓쳐나간다 하얀 물거품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일으키며 어찌나 멋대로인지 조용하게 사색하며 낚싯줄만 늘인 낚시꾼들 옆으로 바싹 다가와 갈매기라도 떨어트릴 정도로 물보라를 일으키곤 깔깔거리며 여운을 남기고 멀리 사라진다 쉬고 있는 파도를 성가시게 건드니 견디다 못한 물결이 하얗게 부글부글 끓으면서 질색한다 못다 한 이야기 다하지 못한 이야기 한여름 성하 한겨울 못다 한 여름이 아직도 아쉬운지 한여름이 기도하는 부처님 같은 인상을 받기도 하고 뜬구름을 잡으려다 선남선녀가 구름이 되어 서로 ..

詩 2017 2017.10.16

어느 날/배 중진

어느 날/배 중진 어느 날 창문을 열고 새벽의 찬 공기를 들이쉬고 있는데 청설모의 무리가 보였고 그중에서도 두 녀석의 거동이 수상하여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었는데 남들이 뻔히 볼 수 있는 곳에 보금자리를 짓느라 매우 분주했고 나날이 커지는 모습을 보며 신기함과 호기심으로 구경하는 것이 일과였고 며칠 지나자 그럴듯한 위용을 갖췄으나 안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하고 몇 번 비바람에도 끄떡없었는데 어느 날 아주 사나운 밤이 지나 근심으로 아침에 살펴보니 그렇게 애쓰며 지었던 둥우리는 땅에 떨어져 내동댕이쳐졌고 어찌 사나 요의 주시를 해도 통 그림자를 볼 수 없더니 어느 날 새벽 당돌하고 사나운 매가 근처에 앉아 능글맞게 쩍쩍 주둥아리를 놀리고 있었다 11/20/2014 yellowday2016.01.21 ..

詩 2016 2016.01.20

무서운 동물의 세계/배 중진

무서운 동물의 세계/배 중진 초등학교 교정에 휴식처를 마련하고 야외용 식탁을 놓은 것은 좋았는데 지나가는 주민들이 때때로 이용하는 것은 보았지만 사나운 매가 청설모를 드시는 장소로 전락할 줄이야 무서운 매의 얼굴이 살기등등하게 보이는가 하면 졸한 청설모의 얼굴과 눈동자가 무표정하게 보이고 입이 열렸으며 제사상에 커다란 돼지머리를 삶아 올려놓고 정성스레 제를 지내는 것이 연상되고 횟집에선 살아있는 물고기가 눈을 껌뻑이는데도 살점을 잔인하게 빼먹기도 하는데 살아있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도 죄책감이 없는 야수와 식탁에 올라온 육식 고기를 맛있다고 쩝쩝거리며 씹어먹기도 하고 싱싱한 물고기가 맛이 있고 몸에 좋다고 비인간적으로 말 못하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며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힘센 동..

詩 2014 201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