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눈먼 봉사/배 중진

배중진 2015. 1. 26. 16:33

눈먼 봉사/배 중진

 

어제는 폭설이 쏟아지고

온종일 비가 찔끔거리더니

오늘 일요일 아침 하늘도 쉬어가는지

맑게 태양은 떠올라

 

숨어있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밤낮 구분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도 필요한 것 사러 나오셨는데

하필이면 개똥 많은 음지쪽으로 더듬거리며 걸어가시는 것이 보였으나

급한 걸음으로 앞질러 가다가 빙판길이 많아 주춤거리면서

 

젊은이도 사리고 조심하는데

왠지 불길하고 안쓰러워

봉사가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궁금하여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급기야는 가장 위험한 곳에 머물렀다가

 

눈먼 장님이 다가오기에

은근슬쩍 인기척을 내며 빙판길이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더니

봉사님도 이미 알고 있다는 식으로 그래서 눈 위를 걷고 있다고 하여

뒤로 가서 왼쪽으로 가시오, 오른쪽으로 짚으시오 하며 따라갔는데

 

얼음과 물이 섞인 곳에서 지팡이로 찌르기에 왼쪽으로 더 가라고 하는 순간

삐끗하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아 낙상을 모면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며

그리곤 앞쪽으론 얼음 길이 없지만 올라가는 길이니 마음 놓으라 했더니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고

 

삼거리 건널목에 와서는 어떻게 알았는지

기가 막히게 신호등 단추를 찾아 누르고

쌓아 놓은 눈 사이로 난 좁은 길 앞에 섰는데

눈 무게로 나뭇가지가 떨어져 눈과 섞여 있어 발이 걸릴 것 같아

 

주섬주섬 치워주면서 잠깐 기다렸다가 

신호가 울리면 건너가시라고 했더니

재차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에

행운이 깃들길 빌고 신의 가호가 있으시라고 답례를 했는데

 

소경은 자주 다니는 곳인지는 모르되

실수 연발하다가 목적지까지 큰 문제 없이 도달하겠지만

오늘날 고된 삶의 길에서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는

맹인만큼이나 불확실한 발걸음이지 싶어라

 

 

 

 

 

 

 

 

 

 

 

 

 

 

 

 

 

 

 

 

 

 

 

 

 

 

 

 

 

 

 

 

 

 

 

 

 

 

 

 

 

 

 

 

 

 

 

 

 

yellowday2015.01.26 19:09 

좋은 일 하셨군요.
심청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뺑덕어미도요~~

 

송학(松鶴) 이규정2015.01.26 20:39 

누구나 바쁜 일상에도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
시인님의 고우신 마음
좋은 글에 쉬어감에
감사드리며
즐거운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짧은 글의 수필이지만 잔잔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삶의 내면으로 들어와 세월의 무상함을 같이 느끼면서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도 느낄 수 있습니다. 멋진 소개 감사드리고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연산홍 꽃불이 아프다/전영순 수필가

 

좋은 말씀을 오늘도 거듭 음미해봅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저에게도 있는데
사건은 1978년으로 올라가고 군대에서 마지막 사격훈련을 하는데 눈이 나쁜
제가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기합받지 않을 만큼의 점수를 받게
된다면 감지덕지 하다는 생각으로 사선에 올라갔는데 이동타격을 못 맞춰
기대 이하의 점수가 나오려는 순간 뜻밖에도 기록에는 그 한 발이 명중으로 나왔더군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내려오는데 옆에서 쏜 병장이 제 타켓을 맞췄고 강렬하게
항변을 했지만 이미 쏜 화살이 되어 그는 기합을 받았으며 이적행위를 한 병사로
낙인이 찍혀 꿩을 잡으려고 사격을 했다는 둥 말까지 와전되어 곤욕을 치렀답니다.
제가 어떠한 방법으로도 도와줄 사안이 아니라서 저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그 병장은 그렇게 불리함을 받았는데 누군가의 잘못으로 뜻하지도 않게 그런 결과를
초래했지요. 그 병사는 항상 분한 상태였겠지만 저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지요.
남의 과녁에 총을 쏜 것은 분명 그였답니다.
멋진 글 거듭 감사드리며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행복은 그것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의 것이다는 말씀도 좋고
인생의 변화는 만남을 통해 시작된다는 말씀도 좋습니다.
경쾌한 음악과같이 하는 글이 매우 좋습니다. 즐거움이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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