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어머님 영전에/배 중진

배중진 2011. 10. 14. 05:58

 

어머님 영전에/배 중진

세상에 이런 극적인 사건들은 소설에서나 나오던데
어떻게 저와 어머니 사이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영영 이별하여야만 했는지 야속하기만 합니다
어머니 어떻게 눈을 감으실 수 있으셨는지요

곧 찾아뵈려고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무엇이 바쁘다고 그 조그만 뜨락에서 넘어지셨고
간절함과 눈물로 붙잡았는데도 뿌리치시고 가셔야 했는지요
하늘이 원망스럽고 인간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제가 막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도착했는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앞이 깜깜했지요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동생, 누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만 남들 앞에서 울었지요

도저히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꿈이려니 생각을 했고 동생을 달래면서도
터져 나오는 통곡을 감당하기 어렵더군요
지금은 그저 머릿속이 하얗기만 합니다

오늘따라 숨쉬기가 힘들어 이상하다 느꼈는데
정신적으로 아마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마음은 달려가고 싶은데 몸은 너무나 먼 곳에 있어
어찌하지 못하고 버스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는 안타까움으로

밤에 잠을 잘 수 없어 밤하늘을 보며 달래봅니다
이렇게 많은 별이 있는 줄은 예전에 몰랐지요
옆에서는 빛이 없는 깜깜한 밤인데도
지하에서 뿜어나오는 수증기가 공중으로 사라지고 있더군요

지금쯤 고향에서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기 위해 밤을 새우고
고생할 5남매가 있고 그들의 가족이 슬퍼하고 있는데
제가 감히 불효를 저지르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까요
어머니 생전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같이 슬픔을 감내하렵니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선 태연한척하시지만
어찌 이별의 슬픔을 저희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홀로 어찌 그 큰집을 지킬 수 있을까요
구석구석 어머니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인데

가시는 발걸음이 힘드시리라 생각도 합니다
아직 이루시지 못하신 일들도, 말씀도 있으실 텐데
안타까움과 이별의 슬픔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으시겠지만
극락왕생하시고 부처님의 가호가 있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