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아침의 단상/배중진

배중진 2011. 3. 5. 02:38

아침의 단상/배중진

눈을 뜨자 마자 커피를 끓이는데
창밖이 요란하다
까마귀가 까맣게 날고
흰눈이 내리는 속으로 금새 사라지네

나뭇가지 사이로 큰새인 매가 날라들고
이렇게 이른 아침 벌써 입맛을 다시니
힘없는 작은 새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구나
감쪽같이 어둠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네

예상치 않은 눈이 내리고
아이들이 그렇게 기도를 했건만
터덜거리며 학교로 향하고 버스는 기다리고
일터로 어김없이 가야하는 사람들이 또한 사라지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멋진 하루를 여시길 빌면서
짧은 아침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커피를 마시며
오늘 주어진 하루를 설계하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에 눈길을 주며
성급히 달려가는 차들의 소리가 싫지않은 아침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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