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찬바람이 부니/배중진

배중진 2011. 10. 14. 05:39

찬바람이 부니/배중진


가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함은
매미의 여운을 잡으려는 듯

좀 춥다고 느꼈지만
종잇장 차이로 삶과 죽음이 갈리고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라지다니
정처없는 흰구름처럼 사라지다니

귀뚜라미의 처량한 울음도 이유가 있었고
메뚜기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있었으며
전깃줄에 앉아 떠날 준비를 하는 제비들과
구슬프게 울며 성급히 뒤따르는 기러기들

여름내내 고이 길러 고개숙인 벼가
햅쌀이 되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서둘러서 모두 사라지니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햇밥이 어찌 넘어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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