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배중진
따스한 이불 속으로 발들을 빙 둘러 뻗고서
우리는 찐 밤을 작은 숟가락으로 후벼 파네
서로의 가슴을 후비듯이 말이다
그런데도 맛이 있으니
발가락 냄새가 좋을리 만무이건만
우리는 오징어포를 질겅질겅 우물거리네
서로의 잘못을 씹듯이
그런데도 맛이 있으니
목이 마르면 배와 사과를 먹는데
우리는 깎고 조각조각 자르고 쪼개네
서로의 허물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데
그런데도 맛이 있으니
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우리는 그렇게 자랐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니
그런 추억이 아련하기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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