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날/배중진
까마귀가 저렇게 앉아 비를 맞던 날
친구는 곁을 영원히 떠나갔고
까마귀도 조의를 표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비가 오는데도 또 고스란히 다 맞고 있으니
그들이 먼저 알고 저런 행동을 하는지
그날을 일깨워 주는 것인지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동안 꿈속에서조차도 기별이 없어라
잠깐인 일 년 동안 무엇이 변했는가
바쁘다면서 생각도 많이 하지 못하고
가끔씩은 그리움으로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내 바쁨 속으로 또 빠져들면서 잊게 되더군
비도 자주 왔던 여름이고
견디기 어려웠던 불볕더위도 찾아왔었지만
어느덧 매미의 울음도 시들하고 밤벌레소리가 요란하더군
까마귀도 내일은 활기를 되찾게 되겠지, 나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