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하이힐/배중진

배중진 2011. 8. 16. 06:58

하이힐/배중진


하이힐이 그렇게 무서운 줄 예전엔 몰랐지요
고등학생이 집에 일찍 가려고 대전에서 시내버스를 이용
회덕역까지 와서 조치원역까지 가는 완행열차를 기다리는데
술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면서 뒹굴며 엎어진 사람

맑은 날씨와 집에 가는 흥분을 깡그리 사라지게 하는 얼굴
그의 얼굴이 피로 물들었고 술집 작부가 하이힐을 벗어
찍었던 모양인데 그녀의 손에 아직도 들려있는 신무기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은 제기랄 동네 사람이었으니

어찌어찌 축 늘어진 사람을 차에 태웠는지
그리고 고향역에 내려서 반 시간 거리를
둘러업고 왔는지 기억은 하나도 남지 않지만
산 중턱에 있는 그의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네

인사도 받지 못했고 그 이후 한 번도 더 만나지 못하신 분
여덟 형제 중 일곱 번째라 하여 칠자를 사용하시는 분
주량이 보통을 넘으셨고 자주 마시는 분인데
지금도 삽자루 둘러메고 논으로 나가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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