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밤은 깊어가고/배중진

배중진 2011. 8. 16. 06:37

밤은 깊어가고/배중진


온 천지가 벌레들의 노랫소리로 진동하고
반짝이는 별들이 어둠을 밝혀주며
가로등은 말없이 고개숙이고
컴컴하면서도 희미함이 섞인 하얀 벽들

새들은 그 어디선가 잠을 청하고
창공을 힘차게 나는 꿈도 꾸겠지
아이들이 있는 집들은 떠들썩하며
바보상자나 컴퓨터 앞에 앉자 서로들 연결하지만

고향에 계시는 연로하신 부모님은
저녁을 일찍 드시고 하실 말씀도 없으시며
멀뚱멀뚱하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응시하시다가
어느새 잠에 떨어져 화면만 홀로 바뀌어 가겠지

밤이 깊어서야 다시 잠자리 정리하시고
힘들게 자리에 누우시곤 마져 청하시는데
안부전화 걸려올 리도 만무하고
밤늦게 올 사람도 없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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