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은 겁쟁이/배중진
비석이 쭈뼛쭈뼛한 곳에서
사슴 두 마리가 여유로운데
천진스런 어린 티베트의 소녀가
발을 세우고 살금살금 다가가니
높은 산으로 혼비백산하여 달아나서
사랑하려는 마음은 간 곳 없고
아쉬움으로 가득한 소녀
국적이 중국이란다
그들이 미국으로 수입하는
모든 물건들을 살펴보면 중국산이니
어이없으면서도 기가 막히고
제 삼자가 이럴진대 그들의 심정이야
언젠가는 이뤄지겠지 하는 막연한 독립의지
업보, 숙명, 또는 인과응보를 달게 감수하며
증오, 살기, 또는 원한의 칼을 선뜻 거두면서
사슴이 놀라 도망쳤듯이 미국에서 꿈을 키운다
'詩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랑나비/배중진 (0) | 2011.08.16 |
---|---|
밤은 깊어가고/배중진 (0) | 2011.08.16 |
복슬강아지/배 중진 (0) | 2011.08.16 |
우박이 쏟아지던 날/배 중진 (0) | 2011.08.16 |
아침 햇살처럼/배중진 (0) | 2011.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