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이 쏟아지던 날/배 중진
하늘이 갑자기 토사곽란이 일어났지 싶은데
번쩍번쩍 비명을 찢어지게 지르면서
심상치 않게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고
꽈르릉 쾅쾅 장을 뒤 꼬아 놓더니
난생처음 보는 우박으로 유리창을 때리고 있어
신기하기도 했지만 제발 멈추길 빌었으며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먼저 생각이 났고
제발 지붕이 우그러지지 않길 또한 빌어 본다
나무들은 미친년 산발하듯 풀어헤치고
정신없이 휘저어 자기가 평소에 차지하던 공간을
훨씬 더 초월하여 몰아치고 몰아가니
제발 유리창을 때리지는 마라
방충망이 없었다면 포도송이만 한 우박에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가속으로
유리창이 깨어졌으리라 산산조각 부서졌으리라
집안으로 저 거침없는 빗물이 쳐들어왔으리라
복통은 오래갔고 쏟을 것은 다 쏟았는지
햇볕은 내리쬐면서도 계속 으르렁거리다가
번쩍거리고 정신없이 또 쏟아붓다가
구름 속으로 사라졌는지 산 너머로 숨었는지
잠시 멈춘 사이 정신없이 급하게 숨어들었던
비둘기와 갈매기, 까마귀와 작은 새들이 허겁지겁
안전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제정신이 아니었고
산 위에는 무지개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귀를 기울인다
2014.04.22 00:06
교정과 수정했음. 다시 복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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