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매미와 까마귀/배중진

배중진 2011. 8. 16. 06:17

매미와 까마귀/배중진


요란하던 매미소리가 잠잠한 이유는
까마귀의 극성스러움이었다
공교롭게도 큰 나무를 공유하고 있었고
까마귀의 새끼들이 독차지하고 있으니

아무리 땅속에서부터 자기 지역이라 했지만
죽음을 불사할 매미가 아니었으며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죽치고 있는
까마귀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매미가 유리창으로 다가와서
휴식을 취하다가 들켰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눈알을 같이 돌리고 있을 뿐
날라가지 않다가 손을 내미니 소리를 지른다

잠시 후 들려오는 매미의 날카로운 외침
그 매미가 아니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까마귀가 그때는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으니까
그리곤 아름다운 소리가 그 나무에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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