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번개 치는 밤/배중진

배중진 2011. 7. 28. 04:56

번개 치는 밤/배중진


이렇게 벼락치는 밤
연거푸 번쩍번쩍 거리는 여름
날카로운 번개는 보이지 않고
낯선 새벽을 달리는 세 사람

1986년 7월 하순
Atlanta, GA에서 Miami, FL로
차를 빌려서 밤새껏 달리고 있으며
지도를 보고 I-75를 줄곧 따라 내려간다

교대로 운전하며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고
먼 곳에선 뿌옇게 날이 밝아오고
천둥을 따라 밤새도록 달려가네
왜 Miami를 선택했는지는 기억도 없다

오늘 밤의 뇌성벽력이
25년 전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비는 억수로 오고 있지만 번개는 마찬가지
가도 가도 끝이없고 산이 없어 혜택받은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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