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아이/배중진
둥구나무에 매미가 요란할 때
찾아오는 아이가 있었지요
소꿉동무 친구의 친척아이
자기밖에는 모르던 계집아이
놀다가도 지가 좋아하는 것을
날름 빼앗아 갔던 깍쟁이
빼앗기고서도 아무렇지 않았고
자꾸 뭔가를 가져갔으면
그 애가 놀고있는 마당앞이
그렇게 넓고 길 줄은 몰랐지요
걸어가는 것인지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인지
뒤통수만 따갑고
뒤에서 조롱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얼굴만 달아오르고
달음질을 쳐서 내빼야 했던 그 어린시절
그 이후 보이지 않아
무척이나도 궁금했던 아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매미는 오늘도 날개 부러지라 비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