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친구에게/배 중진

배중진 2011. 3. 3. 07:10

친구에게/배 중진


친구야!

언제 우리가 서로 얼굴을 알기 시작했을까?

작은집에 놀러 와서 놀던 자네를 몇 번 기억은 하지만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나쳤지..

중 1학년 때 기억은 없네.

중 2학년 때 나는 3반, 자네는 4반!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도 따뜻하게 환영도 못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한번 아침 일찍 교실에서 만났던 기억이 있는데.

난로에 불을 지펴야 했고 우린 통학생이 많아서 같이 쉽게 불을 지폈는데 자네는 혼자서

끙끙거릴 때 내가 도와준 적이 있었지. 기억이나 하는지?

어느 날 조회시간에 전교생들이 모여 있는데 자네 이름을 거명하고 "살구를 따다가 들켜

학교로 연락이 온 케이스의 당당한 주인공!" 그래서 그 후 아마 살구라고 불렀지?

살구=용구 재미있군, 이 친구야!

드디어 3학년 3반! 나는 13번, 자네는 42번이었나? 자네가 키가 더 컸었군. 그러니 아는 체도

못했고 나는 계속 기차통학을 했는데 자네는 어떻게 다녔나? 자전거 통학? 아니면 걸어

다녔는지? 말이 없었던 자네는 항상 조용하다고만 생각을 했고 기억이 없어, 불행하게도.

이건 나만의 기억을 더듬고 있으니 더 알쏭달쏭하군. 우리 반에 외삼촌이 같이 공부하고

있었는데도 외삼촌이라고 한 번도 불러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내가 너무 도도하고

벽을 높게 쌓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도 어머니가 동생을 위해서 전해주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 아니 같은 반이라는 것을 알고나 계셨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집안이었어.

그건 그렇고 나는 대전으로 고등학교를 지원했고 나중에 보니 자네는 조치원 똥통 학교에..

ㅋㅋㅋ 자네도 한심했더군. 그곳에 가야 할 정도였으니..

이래 봬도 학교에 찾아갔을 때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대견해했는지 알아? 좋은 학교에

합격했다고, 학교 체면을 세웠다고 선생님들께 인사시키고 교감, 교장실까지

들어갔었던 일을.....

그건 그렇고 이젠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서로 내성적이라 할 말이 뭐가 있었니? 그저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며 보는 게 전부였지. 그러면서 우정이 쌓아지기 시작했고 이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소주잔도 기울이고..나는 담배를 하지 않았지만 자네는 벌써

의젓하게 폼을 잡고 연기를 내 품고 있더군. 부러운 것은 아니고 그저 남들이 하니 너도

하는가 보다 하는 정도의 일이었지 충격은 아니었거든..

 

6/1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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