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눈길/배 중진
눈도 내렸고
혹독한 날씨이지만
일요일이라서 그래도 사람들은 집을 나와
평일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긴 하는데
발걸음들이 빠르고
얼굴까지 푹 덮어 싸매고
인사도 나누지 않고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데
칼바람은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일요판 뉴욕 타임즈를 사러 나갔는데
앞쪽에 강아지 한 마리와 젊은 부부가 보였고
부인은 저만치 앞에서 기다리며 빨리 오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남편은 작은 강아지를 끌어도 따라오지 않으니 안절부절못하는데
빨간 외투를 걸친 강아지가
발이 시려 눈이 섞인 콘크리트 바닥을 걷지 않으려는지
버티는데 얼마나 우습던지
그냥 말없이 지나치지 못하고 "고놈, 걷기 싫은 모양이네요" 하고 건네며
팔자 좋은 강아지의 얼굴을 살펴보니
남의 동정을 사려는 듯 낑낑거리며 칭얼댔지만
주인의 눈치를 보며 동정을 베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었는데
부인이 달려와 냉큼 안아 들어 일단락되었어도
뒤를 보고 또 보고 웃고 또 웃으니 어느덧 추위도 물러갔고
밉살스러워도 우는 아이에게 떡 한 개 더 준다는 속담이 생각났고
The squeaky wheel gets the oil이라는 말도 있는데
속을 보여주지 않으면 누가 살펴줄 것이며 상전이 따로 없었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한 개 더 준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미운 사람일수록 더 친절히 해야만 감정도 상하지 않고 후환도 없다는 말.
우는 아이 젖 준다
가만히 있으면 주어지는 것이 없으니, 무엇이든 자기가 노력하고 요구해야 구할 수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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