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봄날 밤/배중진
봄나물이 가득한 저녁상을
맛있게 물리고
뒤늦게 전파를 타는 대왕 세종을
흥미진진하게 시청한 후
산보를 나갔는데
오래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분위기가 어지러웠다
청소년들과 젊은애들로 난장판이다
내가 너에게 말을 걸지 않고
네가 하는일에 신경을 쓰지않고
나의 갈 길을 곧바로 가면 되는 것인데
6명의 흑인애들이 길을 막고 다가오고 있다
예의가 존재치 않았으며
반쯤 내려온 바지를 질질 끌고서
꺼떡거리며 시시덕거리는 것은 좋은데
길을 열지않고 들이닥치고 있다가
가까스로 길을 열면서
큰 키로 굽어보며
알 수 없는 소리로 지껄이고 가니
저걸 어쩐다
두 가지의 반응을 생각해 보았다
욕을 하며 발로 정강이를 걷어 차는 것과
못듣고 못본 것으로 그냥 지나치는 것인데
그래도 없었던 일만 못하며 분한 마음이다
심야 영화관이 있고
새벽까지 흥청거리는 술집들이
도로 양쪽으로 즐비하며
담배연기로 가득하니
피하고 조심하며 걸어야 하지만
주말만 되면 아수라장이다
밤이 싫고 목, 금, 토요일이 싫다
그들에게는 휴식을 취하는 밤이지만
먹이를 찾는 야수의 눈앞에
엉뚱한 시간에 나타난 것이 잘못이다
술이 들어갔고 질서가 없으니
그들에게 보이는 것이 없는 밤의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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