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작대기/배 중진

배중진 2011. 3. 17. 22:33

작대기/배 중진


때는 중학교 2학년.
화가이신 미술 선생님이 우리 2학년 3반의 담임이신 황진국 선생님이시다.
자그마한 키에, 운동화를 신으셨고, 양복 대신 점퍼차림의 수수한 스타일로
항상 조용하시고 다정하시며 두꺼운 안경을 착용하고 계셨고
자전거도 마다하시고 항상 빠르게 걷는 모습이 좋았으며 입가의 미소는 명품.
1주일에 한 번 있는 Home Room 시간이라고 있었는데 과자를 들고 오셔 급우들에게
주시는 자상한 분이시다. 판화가 일품이심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여름이 가까운 오후, 퇴근 시간이 우리 기차 통학생들이 역으로 향하는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토요일, 반공일이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는데 먼 신작로 길을 같이 가게 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도 기억하는 말씀이 작대기!

"작대기, 요번에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면 집에서 좋아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나?"
자신 없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은 했는데
"성적이 오르면 집에서 닭 잡아 줄 텐데 혼자 먹지 말고 나한테도 가져와야 한다.
알아들어? 이, 작대기야?"

비가 내린 후 눈부시게 빛이 나는 오후 길옆의 시냇물이 거칠게 내려가는 정경이 떠오르며
그렇게 선생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무슨 바람인지 다가오는 시험준비에 열심히 했는지
성적이 부쩍 올라갔고 그다음은 전교 1등을 하게 되었다.

"작대기! 전교 1등은 말하지 아니했는데 일을 벌였구먼. 그나저나 내 몫 닭은 어찌 되었나?

멋진 작대기야!"

그렇게 해서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고 전교 1등의 상금 500원으로 우체국에 저금하는
생활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성격과 기회가 잘 맞아떨어진 좋은 결과였다.

그다음 성적이 뚝 하고 떨어져 기억이 또한 선한데 상업선생님과 대차대조표 기재하는
방식의 차이로 100점에서 0점으로 굴러떨어져 칠판에 써가며 눈물 짜면서 정당성을
설명했는데 안타까웠던지 담임선생님께서 부르셔 가 뵈었는데 미술점수를 올려 주셨다.
작대기가 불쌍하셨던 모양이시다. 하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으며 방학이 시작되고 새해 인사를 엽서로 해서 보내드렸는데
답장이 왔다. 닭띠해를 축하하는 판화를 직접 제작 신년카드를 만드셨는데 검은 산과
어둠을 붉은 볏의 수탉이 우렁찬 소리로 밝히는 모습이었고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작대기가 좋아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2012.10.30 06:48

작대기/배 중진


때는 중학교 2학년.
화가이신 미술 선생님이 우리 2학년 3반의 담임이신 황진국 선생님이시다.
자그마한 키에, 운동화를 신으셨고, 양복 대신 점퍼차림의 수수한 스타일로
항상 조용하시고 다정하시며 두꺼운 안경을 착용하고 계셨고
자전거도 마다하시고 항상 빠르게 걷는 모습이 좋았으며 입가의 미소는 명품.
1주일에 한 번 있는 Home Room 시간이라고 있었는데 과자를 들고 오셔 급우들에게
주시는 자상한 분이시다. 판화가 일품이심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여름이 가까운 오후, 퇴근 시간이 우리 기차 통학생들이 역으로 향하는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토요일, 반공일이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는데 먼 신작로 길을 같이 가게 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도 기억하는 말씀이 작대기!

"작대기, 요번에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면 집에서 좋아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나?"
자신 없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은 했는데
"성적이 오르면 집에서 닭 잡아 줄 텐데 혼자 먹지 말고 나한테도 가져와야 한다.
알아들어? 이, 작대기야?"

비가 내린 후 눈부시게 빛이 나는 오후 길옆의 시냇물이 거칠게 내려가는 정경이 떠오르며
그렇게 선생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무슨 바람인지 다가오는 시험준비에 열심히 했는지
성적이 부쩍 올라갔고 그다음은 전교 1등을 하게 되었다.

"작대기! 전교 1등은 말하지 아니했는데 일을 벌였구먼. 그나저나 내 몫 닭은 어찌 되었나?
멋진 작대기야!"

그렇게 해서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고 전교 1등의 상금 500원으로 우체국에 저금하는
생활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성격과 기회가 잘 맞아떨어진 좋은 결과였다.

그다음 성적이 뚝 하고 떨어져 기억이 또한 선한데 상업선생님과 대차대조표 기재하는
방식의 차이로 100점에서 0점으로 굴러떨어져 칠판에 써가며 눈물 짜면서 정당성을
설명했는데 안타까웠던지 담임선생님께서 부르셔 가 뵈었는데 미술점수를 올려 주셨다.
작대기가 불쌍하셨던 모양이시다. 하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으며 방학이 시작되고 새해 인사를 엽서로 해서 보내드렸는데
답장이 왔다. 닭띠해를 축하하는 판화를 직접 제작 신년카드를 만드셨는데 검은 산과
어둠을 붉은 볏의 수탉이 우렁찬 소리로 밝히는 모습이었고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작대기가 좋아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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