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외갓집/배 중진

배중진 2013. 5. 26. 00:03

외갓집/배 중진

 

아까 내린 시골버스가

아직도 높은 고개를

매연을 잔뜩 뿜으며

힘겹게 기어오르고 있는 것이

 

외가에 가고 싶지 않은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고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벽촌에

뒷간이 외양간과 연결되어 동해보다 더 깊었으며

아슬아슬하게 걸쳐놓은 널빤지 두 쪽 위에서 곡예를 하며

 

떨어진다 싶었는데

더러운 물은 하늘 높이 솟구쳐오르니

옆에 있는 소도 우스운지

왔다갔다 참기 어려운가 보다

 

같은 또래의 외삼촌과 외사촌이 있어

어르신들은 씨름과 싸움을 붙여서

그 모습을 즐기시겠지만

울상으로 씩씩거리는 몰골이었지 싶었고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았던 외할머니댁이요

거기에다 고물버스에서 내려

십 리를 터벅터벅 더 걸어 들어가야 하지마는

인자하신 외할머니 미소는 모든 것을 잊게 하네

 

 

 

 

 

감정조절은 반드시 하여야 합니다. 보고 느낀 대로 그대로 표출했다가는
세상이 이상하게 흘러가게 되지요. 남들이 그런다 해도 자신만이라도
조절하여 그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인데 자존심을
내세우면 그것도 쉽지가 않더군요. 자기 입이 더러워짐을 알았을 때
상심하게도 되고 야속하기도 하지요.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지껄이게 되니 항상 참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멋진 휴식이 되시기 바랍니다.

 

당근을 처음 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굵고 길쭉한 것을 다듬으시던
이모들과 친척들이 연상됩니다. 그때의 당근 맛이 가장 맛있다는 평을 아직도
하곤 합니다. 그리곤 사위들 중에 누가 누가 제일이라면서 서로 순위를
매기시는 것을 윗방에서 자면서 들었는데 저의 가친이 제일 멋지다는
평을 하시기도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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