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보이지 않고/배 중진
명절 때를 제외하곤 여름철에
바깥마당에서 달을 보았던 기억이 없고
까만 하늘에 초롱거리는 별들과
화려한 은하수가 길게 깔렸었는데
멍석 위에 누워 심심찮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우린 하나라도 놓칠세라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워하다가도
하나씩 곤잠에 떨어졌으며
한참 자다가 분위기가 섬뜩하고 이상하여
눈을 떠보면 떨어진 별들이
어둠 속에 홀로 남아있는 나를 째려보는 것 같아
어마 뜨거라 줄행랑을 쳐 방안으로 들어왔지만
듬직한 소는 칠흑같이 까만 밤 속에서도
아는지 모르는지 가끔 워낭을 쩔렁거리며
아직도 저녁을 여유롭게 되새김질하고 있었으니
좁은 외양간보다는 훨씬 시원했으리라
푸르름이 짙어가는 싱그러운 5월 하순! 앞산에 올라보면
가끔 불어오는 바람결에 짙은 풀 냄새와 아카시아 꽃향기가 가슴을 파고드네요.
예로부터 삼희성(三喜聲) 이라 하여 듣기 좋은 세 가지 소리가 있는데,
갓난아이 울음소리, 글을읽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는 담장 밖으로
새어 나가도 좋다고 여겼다.
조상들은 이 소리들이 어떤 명창 노랫 소리보다도, 대음악가의 연주보다도
듣기 좋고 즐거운 소리로 듣는 이에게 기쁨을 주는 소리로 꼽았다.
한데 요즘엔 아이 울음소리, 글읽는 소리들이 밖에서 들리면 시끄럽다 하여
이웃간에 싸움질할 판이니… 삼희성 소리는 옛말이 되어 들어보기 어려울듯…
오늘 하루도 따뜻한 마음 행복한 마음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삼악성
초혼(招魂)하는 소리,
불이 나서 외치는 소리,
도둑을 쫓는 소리를 이름.
여름밤 멍석위에 누워 오리온좌를 보았던~~~~~
반딧불이가 반짝거리는 불빛을 자랑이라도 하듯 서로 밝기를 겨누는 모습들~~~~~
너무 아득합니다~~
떨어지는 별똥을 보면서 미국에서는 소원을 빌기도 하더군요.
생일 때 케이크의 촛불을 불어 끄기 전에 눈을 감고 소원성취를 빌듯이 말입니다.
우린 생일 케이크도 없었고 소원을 비는 것도 상상을 못했지만 바라는 대로
이뤄진 것도 없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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