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약동하는 곳과 악동이 하는 짓/배 중진

배중진 2013. 5. 3. 00:03

약동하는 곳과 악동이 하는 짓/배 중진

 

동물원 입구부터 식물원과 달랐으며

아이들의 울음소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바다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물소리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인파로 북적였고

어린아이들이 주인이다 보니

새들과 섞여 질서가 없었으나

큰 짐승들은 오히려 조용했으며

 

만지지 말라고 하면 듣긴 하는데

오래, 멀리 가지도 않았으며

싫증 나면 짜증도 부렸고

시도 때도 없이 갈증을 호소하고

 

뭘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공작새와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고

물개가 짖으니 따라 울부짖는데

뱀이 무섭지도 않은지 장난감으로 어른을 혼비백산케 하더라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뱀이 있는 곳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적을 알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한 아이가 뱀과 매우
비슷한 것을 몰래 어스름한 조명으로 컴컴한 전시장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뱀을 정신없이 보고 있었던 연세 많으신 남자 분이 돌아서서 지나가다가 그것을 보고
고함을 쳤는데 그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고 그것을 들고 급히 빠져나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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