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대나무 숲/배중진

배중진 2011. 3. 16. 02:57

대나무 숲/배중진



산모퉁이 따라 길게 자라나 숲을 이루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한눈팔지 않고 곧게 뻗치는 기상이로세
모두들 변해도 그 푸르름이 청청하고야

무서워 그곳까지 바라다 달라는 그녀의 떨림으로
산모퉁이 돌며 살며시 손을 잡아보고
더 가까이 다가서지만
살포시 떠밀며 대나무를 칭하네

텅 비어있는 그 속을 모를리가 있나
사나이 대장부 맹종은 싫어
휘어지는 허리를 껴안아 보네
스산한 바람소리 어지러히 날리고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의 귀는 길다라는 메아리만
그 바람결에 그녀의 숨소리 섞이어
바람의 아들이 태어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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