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배중진
테니스를 한창 칠때는 날씨에 민감했었다
혹 날씨가 나빠도 나가서 주위를 살피곤 했었고
그러다 운좋게 잘 치는 친구가 있으면
곧바로 옷을 벗고 시작을 한다
지금은 모든것이 좋아지고 깨끗해 졌지만
10-20년 전에는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며
순서도 없이 마음 내키는대로 꼽사리를 껴서
치곤했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비오는 날 치면 욕을 먹지만 그렇게 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친구 John과 그의 아들
은퇴해서 취미가 테니스였다
가끔가다 코트에서 치다가 죽었으면 했는데
어느날 진짜로 심장마비가 찾아와
John은 그곳에서 죽었다
장례식 날 영구차가 코트를 한바퀴 돌다 사라졌고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었고 코트는 어제와 같았다
오래간만에 코트를 찾아 보았다
깨끗했으며 옛날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저 나무 아래에서 땀을 식히던 친구들의
거친 숨소리 지금도 들리는듯 하여라
'詩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꽃/배중진 (0) | 2011.03.11 |
---|---|
몰래 아저씨/배 중진 (0) | 2011.03.11 |
부처는 우리 어머니였다/배중진 (0) | 2011.03.11 |
4월을 맞이하며/배중진 (0) | 2011.03.11 |
기록적인 강우량/배중진 (0) | 2011.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