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고향/배중진

배중진 2011. 3. 11. 00:16

고향/배중진


동생아, 저런 곳을 기억하느냐
놀다가 심심하면 오이을 따 먹으러
밭으로 촐싹촐싹 거리며 내 달리곤 했었지
달리다 보면 고무신도 벗겨지고
여름날의 소낙비도 두렵지는 않았었다

작은 것 한, 두개만 따라고 했는데도
너의 욕심은 형보다 꼭 하나 더 따야 했으니
그것도 큰 것으로 말이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려러니 했지만
밭고랑을 날라 다닐것은 뭐란 말인가

주머니에 쑤셔넣고 저 곳에서
간신히 맥을 이어 흐르는 깨끗한 물에 씻어서
아작 아작 씹던 맛은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참외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우리에게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참외였었지

지금도 그곳엔 물이 흐르려나
아직도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름에는 누런 호박이 둑에 뒹굴고 있을까
콩과 목화가 자라고 수수가 목을 내밀며
우리를 그때와 같이 반겨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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