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이름모를 새/배중진

배중진 2011. 3. 11. 00:21

이름모를 새/배중진


한 순간이 모든 것으로부터 떼놓을 줄이야
배가 몹시도 고프던 날 먹이를 찾다가
한발을 들여 놓으면서 같은 세상에서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어
다시는 보기 어렵게 만들었네
누가 더 좋은 위치에 있는지는
그 아무도 몰라

나 홀로 힘들게 날개짓을 하고
망 보아 주는 친구 도움없이
과감하게 먹이를 찾아
인간의 눈치를 살피며
데룩데룩 살이 쪄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날지 못하는
새가 되리라, 인간이 되리라

이슬을 마셔야 하거늘
목소리는 힘을 잃고
햇볕을 받아야 하거늘
날개에서 윤기는 사라지고
고운 땅을 밟고 깡총거려야 하거늘
딱딱한 차가움만 전해지고
밤에도 꺼지지 않는 전깃불을 보며 꿈속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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