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2

도둑놈/배 중진

배중진 2022. 1. 17. 00:44

도둑놈/배 중진

 

농촌에 사시는 분들은 

이웃의 논으로 들어가는 물길이 막히면 애써 터준다

고구마밭 후빈 것을 보며 배가 고픈 사람의 짓이라 생각도 하고

무수가 발로 걷어채인 것은 아이들의 장난이라 여기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며 아이들 자라고 각박한 삶이 엄습하고

경쟁이 심하면서 먹고사는 것에 민감해지고 

더 좋은 삶을 위하여 농촌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남의 것을 탐내는 물욕으로 점점 물들어 간다

 

인간이 우글거리는 곳에는 도적이 바글거리고

촌놈이 미국에 오니 이제까지 보지 못한

거대한 Market으로 걸어 들어가 무지하게 진열된 상품들을

원하는 대로 밀고 가는 Cart에 쓸어 담고 나오면서 계산하는데

 

유학 온 목사님의 아들이 주머니에 견물생심의 발로인지는 몰라도

좀도둑이 되어 집어넣으면서 니글거린다

그것도 모자라 이글거리면서 똑같이 해보라고 부추긴다

첫눈에 보는 사람도 없고 넣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도 해보나 

 

작은 양심이 그러지 말라고 충고를 한다

아무리 돈이 없는 유학생이라도 그렇게 배우지 않았지 않았느냐고 호통을 친다

남들보다 가진 것 적고 아는 것 없어도 그런 방식으로 욕망을 채울 수는 없다

노력 없이 빨리 물적인 충족을 느끼고 싶지도 않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절약하고 또 절약하여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내 것을 소중히 여기며 남의 것을 존중하게 되었는데

 

미국의 California 주가 내로라하는 경제 대국을 제치고 세계 5위권에 드는데

그 속을 헤아려 보면 정글의 세상이다

적도들이 활개를 치고

뒷모습을 보이면 강탈해간다

 

남이 가진 것을 보면 눈이 뒤집히는 모양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마약 하면서 총기를 만지작거린다

화물열차가 멈췄는데 안에 있던 산더미 같은 남의 물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고 남이 하니 따라 했단다

 

도적의 무리로 변하여

낄낄, 시시덕거리면서 훔친 것을 즐긴다

빈 상자가 철로변을 끝도 없이 뒤엎었다

우리는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지 울고 싶은 심정이다

 

철로변을
철로 변을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은 가장자리를 뜻하는 '변'을 명사로 봅니다.
'도로변'을 합성어로 보므로, 이를 기준으로 '고속도로변', '산복도로변'과
'국도변'도 일관성 측면에서 합성어로 보았습니다.

Old Pew, Treasure Island by Robert Louis Stevenson

Captain Bones Routs Black Dog, Treasure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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