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2

한겨울의 고향/배 중진

배중진 2022. 1. 18. 14:21

한겨울의 고향/배 중진

한파가 몰아쳤다고
동파가 바로 일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주인이 없는 세상
아껴주던 마음 그리움 되어 동맥경화처럼 멈췄지 싶다

오고 가는 모든 것을 자상하게 살펴주셨는데
찬바람만 휑하니 마당을 휘젓고

별빛 잔뜩 쏟아진 지붕 아래
반갑지 않은 서생원만 살판났구나

꼭꼭 닫힌 대문 안으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정적만이 감돌뿐 

 

날아가는 까치 서럽도록 잠잠하고 

해님도 기웃거리다 서산으로 넘어간다

 

12/24/2011 사진

 

우린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부엉이가 우는 곳엔 여우가 객 객 거리면서
따라다닌다고요. 본적도 없는 무서운 동물임에
틀림없고 아침에 보면 부엉이는 둥구나무 위에 꼼짝하지도
않고 앉아 있곤 했지요. 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지
싶어 닭살 돋던 추억입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 배중진2022.01.21 00:20
    어려서는 정말 문고리 잡기가 두려웠지요.
    얼음이 바닥을 덮은 샘가에서 간신히 찻물로
    콧등과 손만 씻고 그것이 세수한 것이라 들어오면서
    잡은 방문의 문고리는 살기를 느끼게 합니다. 왜 그리
    유난히도 추웠던지요. 손등이 터진 동생의 꾀죄죄한 손이
    아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답니다. 너무 이기적이었지
    싶기도 하고 벙어리장갑이 있었는데도 챙피하다고 끼지
    않았던 동생의 무용담이 떠오르면서 군고구마를 먹던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 배중진2022.02.09 14:24

    한국에 가니 인스턴트로 모든 것이 같이 들어 있는 커피가 있더군요.
    아침 먹고 물 끓여 타주셨더니 좋아하시던데 이젠 그런 순간도 사라졌네요.
    많은 양의 음식을 드시지는 않았지만 드리는 대로 모든 것을 다 소화하셔
    그 순간이 매우 소중한 추억이 되었답니다. 기억력도 좋으셔 주로 질문을
    드리고 듣는 것을 아주 좋아했는데 매우 아쉽습니다. 지금 그 집은 텅 비어
    있으니 겨울에 동파가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 싶었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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