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봄비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배중진

배중진 2011. 3. 10. 07:44

봄비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배중진

욕심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손에 넣어야 속이 찬다
남들이 하는 것 반드시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남들이 없는 것 움켜져야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모든 것이 움트고 약동하는 봄날에
남들이 즐기는 봄보다 더 좋은 일을 벌이려고
갖가지 상념으로 오락가락 해본다
뭐 특별난 것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처음에 콧속이 간질간질 하더니 콧물이 줄줄흐르고
이내 눈이 까칠까칠하고 손이 가더니 눈물이 좔좔
재채기는 염치도 없는지 시도 때도없이 터져 나오고
목구멍은 생선 까시가 콱 쳐박혔듯 까실까실 하다

다음은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으며
밤엔 잠도 자지 못하고 몸부림치게 만들고
덥석덥석 생각지도 않고 욕심을 부리더라니
대책없이 주저앉아 봄비만 하염없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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