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철새의 항변/배 중진

배중진 2021. 1. 24. 00:58

철새의 항변/배 중진

 

철새들은 다 떠나가고 한가한 마을에
몇 마리는 숨어서 동정을 살피더군요

석양이 지고 싸늘함과 음침함이 내리깔리면서

인간은 따스한 집으로 향하는데

혹독한 추위에 떨면서도 
멀리 날지 못하는 설움으로 부리를 뿌득 뿌득 갈지 싶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가다가 죽느니
차라리 고향 같은 이곳에 남아

두려움일지라도 살고 싶은 것은 아닐까
동정도 해봅니다 

내가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어떤 결단을 내릴는지 지금은 뻔합니다
젊어서와는 사뭇 다른 의지를 보일 겁니다

철새들은 우리보다도 더욱더
봄을 갈망합니다
지저귀는 것이 아니라 악을 쓰면서

 

2021.01.24 00:59

robin
robin redbreast
유럽 울새
로빈
개똥지빠귀

 

New York Botanical Garden 4/14/2017 사진

 
2021.01.24 01:20

떠나가야 할 사람이 서성입니다.
멀리 날아가야 하는 철새가 동정을 살핍니다.
겨울나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싶기도 하더군요.
너도 그렇고 나도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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