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나이테/배 중진

배중진 2020. 11. 14. 00:20

나이테/배 중진

 

무성했던 나무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봄부터 시작하여 벌벌 떨며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여름엔 거칠 것 없이 세상을 덮고

두려움 없이 하늘을 찔렀지요

가을을 어찌 알았을까요

풀벌레 소리 찌르륵거리는 신호를 무심하게 넘기지 않았나 봅니다

 

지혜의 나무

슬기의 가지

현명한 잎

 

슬픔을 모를 리 없지요

고통이 있어도

과감한 삶을 택합니다

 

단풍은 무수히 떨어져 나뒹굴지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천하에 표명하지만

속으론 앙금을 새기겠지요

 

04/06/2014 New York Botanical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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