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배 중진
운이 좋은 녀석
우리 집의 샘은 누군가에 의해 파였을 거고
회통 가리는 마당에 즐비했었으며
고집부리다가 혼쭐이 난 녀석은
울며 기어 올라가 누가 볼세라
훌쩍거리다가 통가리 안에서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잠결에 집안이 발칵 뒤집혀 찾는 소리가 들렸고
개구쟁이 같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깊은 샘이라고 했고
수십 개를 박아 넣었으니
물맛 좋은 생명수가 항상 가득했고
여름에도 굉장히 차가운 우물물이라
우리 손자들은 옹달샘에 가서 물을 길어올 필요가 없어
운 좋은 녀석들인데
가끔은
증조할머니, 할머니 머리 감기 좋은 연한 물이 필요하다고 하셔
물지게를 지고 올라갔던 옹달샘은
물이 많지 않아
독독 긁어야 했고 기다렸다가 또 모아서 길어왔는데
누군가 떨군 보리쌀도 보였고
귀한 쌀도 몇 개씩 있었다
우리 같은 아이들이 바가지로 풀 때는
몸의 반을 구부려 들이미어야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지금 흔적은 남아 있지만
울창한 숲으로 가려져 있고
물도 나오지 않아
마음속의 정겨움으로 남았고
깊지도 않았다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린 활력수요
고향 떠난 이에겐 향수병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10/30/2015
7 Lakes Drive, New York
54 Seven Lakes Drive, Sloatsburg, NY 10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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