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시간문제/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5:10

시간문제/배중진


작고 예쁘장한 할머니
책을 가까이 하여 아는 것이 많으셨고
독실하기에 성당에도 빠지지 않았으며
우정도 돈독하여 많은 친구를 두었는데

그것은 과거의 그녀였으며
한 2년동안 활동이 뜸하시더니
병원신세도 지고 너싱홈에도 있다가
최근에는 홈케어의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보내고 있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집안에서 보조기구를 이용하여 걷다가 넘어져
세상에, 엉덩이 뼈에 골절상을 입으셨다
방법은 대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얼마나 혼자 사는 것이 힘들었으면
남편곁으로 하루빨리 가고 싶어 하던지
일체 수술을 거부하고
음식 먹기를 단념했다

모르핀주사로 아픔을 달래고 있으며
머지않아 합병증으로 유명을 달리하리라
이제 친구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알고 기다리는 것이 숨통을 바짝 조여온다

반겨주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가는 길 외롭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은시간이 짧지만 고통을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먼길 힘들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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