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어느 가을/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3:16

어느 가을/배중진


까마귀들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오고
일요일인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늘은 숫자를 더욱 늘려 현안문제로
열띤 공방전이네

참새들이 후두둑 날라 왔다가는
자기의 그림자에 화들짝 놀라
줄줄이 날라 멀지 않은 곳으로
앉았다간 또 그만큼 다가서면 날라간다

언제나 바라보며 가을이 멀지않음을
일깨워 주던 단풍나무가 여름부터 홍조를 띠더니
기어이 참새라는 녀석이 가지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그런 것을 알았기에 일찍 단풍을 들여 왔던지

목소리가 작은 참새들
입방아 찧으면서도 방앗간이 있음을
귀신같이 알기는 하는데
저렇게 소심하고 엉뚱하게 일만 저지르네

사리를 현명하게 판단하고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작은일에도 남들 창피하게
가벼운 몸동작은 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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