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귀뚜라미/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2:14

귀뚜라미/배중진


저녁이 이슥해지자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녀석들이 있었으니
우리가 젊었을 때 밤을 좋아했던 것과 비슷했고
새벽까지 미친 듯이 쏘다녔 듯이 이들도 밤새 노래를 한다

사랑하는 짝을 만나면 좋고
다행히 마음이 통하면 이슬에 옷이 젖은 들 무슨 상관이랴
같이 좋아하는 곳으로 눈들을 피해서 호젓하게 밤을 지샌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고요한 순간이 있음이여

여명의 하늘이 싫었고
닭울음 소리가 끔찍했지만
내일이 있기에 우린 아쉬움을 달래며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새벽의 안개를 드리운다

가끔가다 방안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을 땐
방 깊숙히 들어온 달빛아래서
젊음을 그려보며 탄식을 한다
정신없이 홀리고 다녔던 가을 밤들을  

'詩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새/배중진  (0) 2011.03.08
날개/배중진  (0) 2011.03.08
저 달이 찰 때/배중진  (0) 2011.03.08
달/배중진  (0) 2011.03.08
낙엽/배중진  (0) 201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