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이 찰 때/배중진
달이 찰 때마다 그리움이 커짐을 몰랐네요
정월 대보름 풍년을 기원하느라 잊는 듯했고
눈 위로 하얗게 빛나는 추운 빛으로 그리움도 오므라드는 줄 알았는데
따스한 그대 품이 더 간절하면서 하염없이 아파했더군요
달이 찰 때마다 그리움이 커짐을 몰랐네요
풀이 돋고 꽃이 피는 신기함에 정신이 팔려
푸른 마음이 온 세상을 덮어나가 우리의 애절함도 묻히는 줄 알았는데
푸릇푸릇 신선한 내음을 더 맡고 싶어 했더군요
달이 찰 때마다 그리움이 커짐을 몰랐네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내뿜는 꽃향기에 취해
아름다움이 절정에 도달하여 사랑이 자연히 느껴진 줄 알았는데
넘치는 열기를 어떻게 식힐 줄 몰라 했더군요
달이 찰 때마다 그리움이 커짐을 몰랐네요
힘들게 지은 농산물 추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산천이 알록달록하여 우리 사이 성숙한 줄 알았는데
보는 충만감이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했더군요
2021.02.26 00:34
아마도 김을 통째로 5장 정도 받는 날이기도 했지요.
들기름 발라 화로에서 구운 그 맛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잊지
싶은데 그런 맛을 이젠 맛볼 수 없다는 것이 한이지요. 쟁반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동생과 먼저 차지하려고 다투던 생각이 납니다.
그곳에 밥을 비벼 먹으면 김 못지않은 여운의 맛이 있었지요.
다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즐거운 정월 대보름이 되시기 바랍니다.
2021.02.26 00:57
3/8/2018 Delaware Art Museum, Wilmington
수정하고 교정했음. 다시 복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