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낙엽/배중진

배중진 2011. 3. 7. 14:45

낙엽/배중진

오늘 이곳에는
가을을 찾으러 온
도시 사람들이 가득했고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집어주려고
어려운 말로 가르치지만

가을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날씨가 너무나 좋아
여름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아이들은 고연히 땀만 흘린다
그늘 속의 염소는 눈깜짝도 하지 않건만

간혹 높은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면
미운 오리들이 먹이인 줄 알고
서로 겍겍 다투고만 있었고
닭장속의 닭들이 움직일 뿐
말도 소도 시간만 갈구고 있었다

귀뚜라미는 바위 밑에서
신나게 노래 부르다가
인기척에 놀라 소리를 멈추고
급기야는 움직이는 배를 보여주곤
끝나지 않은 노래를 접고 쏘옥 빠져 들어간다

가을이 이곳에도 왔지만
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꽃밭에는 호랑나비가 그야말로 왕이었으며
피어있는 모든 꽃들을 건드리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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