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가을/배중진
아름다운 단풍을 찾아서
공원에 있는 산기슭을 더듬거리는데
예닐곱의 아이들이 산에서
재잘거리며 내려오고 있었지
웃음을 띠고 물어 보았다네
길이 정상까지 나 있는지
낙엽으로 덮혀 구분이 되어있지 않아서
길이라고 여기기 어려웠기에
나무에 표시되어 있는 것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고 하는데
높은 산은 아니라서 힘은 들지 않았지만
온통 차이는 것이 낙엽이라서 좀 미끄러웠다네
그런데 말이야
밖에서 보는 것과는 아주 다른 세상이었지
나무가 어찌나 높던지
고개를 쳐들고 봐야 끝이 보였다네
빽빽하게 들어찻고
그곳에서 생과 사의 현장을 목격했지 뭐야
넘어져서 뿌리가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서 솟아나는 새싹을 보게 되는 것이지
바람은 불지 않았고
낙엽밟는 소리에 겁을 먹기도 했다네
새들의 노래와 동물들의 움직임에
머리칼이 곤두서며 두리번 거려야 했으며
어디에서 끝이나고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고요하기만 한 산속에는
해가 일찍 떨어지니 금새 컴컴하더군
땀이 흐르고
밝은 곳을 찾아 눈을 돌리니
골프장도 있더라니까
아주 요상한 곳으로 들어온거지
그 숲을 빠져나와
파킹장에서 보니
대수롭지 않은 듯 한데
요지경속을 헤매다 온 기분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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