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갈매기의 꿈/배중진

배중진 2011. 3. 6. 22:21

갈매기의 꿈/배중진

석양을 구경하려고
썰렁하면서도 인적이 드문
바닷가를 찾았는데
갈매기들이 날라들었다

한 50마리 정도가
차를 둘러싼다
그리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 하더니

별 볼일이 없다 싶었는지
동시에 잽싸게 다 날라간다
그들의 꿈이 산산조각이 나서
미안한 마음 금할길이 없으나

일부는 늦게까지
음식을 찾고 있었고
산보 길을 한 마리가
딱 가로막고 먹고 있었다

눈치를 보고 있기에
살금 살금 다가가니
조개를 물고 그만큼 도망간다
놓고 가길 바란 어리석음을 느꼈다

그러길 5차례
얼추 비었다 싶었는지
이번엔 놓고 갔기에
불쌍한 조개를 들여다 보았고

그곳을 측은지심으로 떠나니
그 갈매기는 다시 나타나
남겨 놓았던 부분을
열심히 마음놓고 자시고 있었다

그들은 바위와 콘크리트를 알고 있었고
헤아릴 수 없도록 많은 조개들의 껍데기가
빈 공원만큼이나 비워져 있었으니
그들은 내일 또 이곳을 찾아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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