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배 중진
큰아버지 돌아가실 때는
마침 한국을 방문 중이라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지만
큰어머니 떠나가시는 것은
미국에서 나중에 소식을 들어 알게 되었기에
감히 참석할 생각도 가지지 못하여
항상 죄송스러운 심정이었고
그 이후 고향 방문할 때마다 묘를 찾아
두 번 절을 올렸을 뿐
조카로서 이렇다 할 효심을 표할 수 없어
송구한 마음으로 묘 주위를 깨끗이 하던 중
봉분의 잡초를 제거하던
동생이 사용하는 예초기에서 튀는 돌이
정통으로 안경 밑의 얼굴을 강타해
뜨끔함과 동시에 몸이 틀어지면서
괘씸죄라 생각하기에 이르렀는데
인간으로서 할 바를 다 하지 못함은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그럴 수 없었던 이유를 찾으며
불경죄로 전전긍긍하였고
고인을 추모하며 고개 숙였어야 했는데
잠시 헛것을 생각하다
초래한 결과가 아닐는지
불경죄로 전전긍긍하던 차
불경죄로 전전긍긍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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