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파리의 운명/배중진

배중진 2011. 11. 28. 22:48

파리의 운명/배중진


방마다 있는 파리채요
부엌, 마루, 화장실 등 없는 곳이 없는데
추운 날씨이건만 그래도 날아와 귀찮게 하네
잘 조종해서 후려쳤는데

설 맞아 빙 날아가더니 운명인지
처마에 있는 거미줄에 걸렸고
갖은 몸부림을 한참 치면서
벗어나려고 용을 썼는데

거미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을 하는 찰나
무섭게 생긴 것이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포장하듯이 돌돌 말아 매달아 놓더라

대롱거리는 그 속에는
우리의 잘난 그 녀석이 들어 있는데
그런 신세가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으랴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실감 나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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