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le Center for British Art 3

경자년 마지막 날/배 중진

경자년 마지막 날/배 중진 경자년 마지막 날 경자가 흐느낀다 주룩주룩 눈물을 흘린다 잘못을 알기에 모든 것을 씻어주려고 하는가 보다 흰 눈으로 덮어주기보다는 확실하게 가져가려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섭게 떠돌아다녔다 주위의 아는 친구들 아무렇지도 않은데 수많은 인간이 죽어가는 공포감을 매스컴을 통해 확인한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너와 나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가면 사회적 거리를 두고 집에 와서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돌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맞았다고 자랑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언젠가는 맞겠지만 그 언젠가가 문제다 그동안도 많은 사람이 쓰러질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돈 없고 권력이 없으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

詩 2020 2021.01.01

면죄부/배 중진

면죄부/배 중진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어머니를 망치로 잔인하게 내리쳤다 그리곤 친구들과 마약을 하고 카니발에 가서 흥청망청 쏘다니다가 4시간 만에 돌아와 경찰에 신고했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아 일하시는 상점에 전화했더니 아무도 받지 않았고 걱정되어 상점에 가봤더니 바닥에 누워 계셨단다 1986년도 경이니 과학적인 수사에 한계가 있었고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피의자는 유유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지만 인간인지라 죄를 짓고 여분으로 사는 삶이어서인지는 모르되 결혼했어도 마약에 찌들어 살고 큰 사건으로 감방을 들락날락한 것은 아니지만 삶이 여의치 않아 이혼당하고 혼자 사는데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과학은 발달해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어헤치고 의학은 연구 끝에 궁금한 인체의 비밀을 파헤..

詩 2020 2020.12.30

만종/배 중진

만종/배 중진 우리는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소식에 얼어붙었다 토요일일까 일요일 오후일까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였지만 작은 라디오를 틀어 놓고 집안 식구들이 총동원되어 뭔가를 하던 밭에서 비보를 듣고 눈물을 찔끔거렸다 고개를 숙이고 꼼짝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미국 대통령은 무엇이고 울음을 터트릴 만큼 영향력을 끼쳤단 말인가 더 자세한 기록은 나오지 않고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어 답답하지만 영원히 가슴속에 존재하는 대통령이다 57년이 흐른 미국에서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뉴스를 들어보려고 했지만 뭐들 그렇게 바쁜지 일언반구도 없다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당선되었는데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암살만큼이나 풀리지 않는 이야기를 뒤늦게 꺼내 말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있고 저 ..

詩 2020 202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