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맞이하며/배 중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어제보다 기온이 30도나 올라 여름인지 가을인지 알 수 없고 떠나간 사람이 저곳 어디쯤 가고 있을 듯 붙잡지 못하고 홧김에 마신 술기운으로 온통 머리는 무거워 어둠도 어둠이지만 모든 것이 날씨같이 찌뿌둥해서 도저히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하기 어렵고 오줌을 싼 후 뒤척이며 뭉개면서 따스하게 남아있는 방바닥을 의식하고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안도감으로 다시 스르르 꿀맛 잠이 들던 어린 시절처럼 눈을 뜨면 악몽도 사라지고 모든 것을 잊듯 내 사랑도 가다가 그리움으로 다시 돌아오겠지 단풍은 떨어져도 앙상한 나무는 남아있고 우리의 풍요로움과 가식은 사라졌어도 진정 둘만을 위한 사랑이 존재하는 한 바람이 불고 비가 몰아치며 심지어 냉랭해져도 살다가 있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