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어디에/배 중진 자꾸 늦는다고 투정을 부리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창밖을 살펴도 늦은 가을은 시퍼렇게 살아 있고 눈까지 부라리니 불평할 수가 없는데 무슨 앙탈이 그리 심할까 어찌나 기세가 등등한지 이때쯤 향기를 듬뿍 담고 찾아오던 국화마저도 입을 꾹 다물고 웃음기를 잃었구나 하루의 변화가 심한 요즈음 기다리는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무는 요동을 치며 으르렁거리고 채 익지 않은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며 쓰디쓴 이별의 눈물을 흘리니 너도 울고 나도 울고 질펀한 가을마당 아프지 않은 것이 없으며 그토록 기다렸던 가을은 허무하게 털리는가 보다 ** 세월과 함께 흘러간 내 청춘...!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 이젠 내 나이가 옛날의 아버지가 되었고, 옛날의 할아버지가 되었다. 세월과 함께 떠나버린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