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ottetown 4

노인과 석양/배 중진

노인과 석양/배 중진 모두 행복에 겨워 하하 호호 즐거워하는 선상을 지나 유람선 선미에 이르니 홀로 포도주를 음미하는 노인이 안쓰러운데 기웃기웃 넘어가는 석양과 옷깃을 여미는 날씨에 눈여겨보는 사람도 없고 힘차게 내뿜는 흰 물결만 줄기차게 따라오네 안 보는 척 시선을 돌려도 자꾸 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걸렸으며 왜 혼자일까? 의구심이 솟으면서 급기야는 비관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를 하는데 앞에 놓인 탁자에는 성경인지 시집 또는 소설인지는 모르되 읽는 것 같지는 않았고 자꾸 출렁이는 물결과 뉘엿거리는 석양을 넋을 잃고 바라보네 부인과 사별한 것은 아닐까 처음 유람선을 이용하는 눈치는 아니었으며 이혼을 했던가 부부싸움을 했는지도 모르지만 삼천 명이 넘는 관광객 중에서 유독 그 노인의 생기 없는 얼굴만 자꾸 떠오..

詩 2016 2016.11.23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이 큰지 작은지 알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동네의 못된 청년들이 눈깔방맹이라고 놀렸다 그래도 눈이 큰지 작은지 몰랐는데 지들끼리 흥에 겨워 욕지거리를 덧붙인다 엄마의 치마꼬리를 붙잡고 다시 눈이 작게 나아달라고 칭얼거렸단다 동네에서 절대로 깔볼 수 없는 집안의 손자인데 어찌 저놈들은 어린아이의 가슴에 평생 가는 상처를 입히고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을 재미있다는 투로 지껄였을까 용서하려고 해도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분한 마음은 잊히지 않았고 죄 없는 우리 엄마를 욕되게 했으니 동네지 간이라 해도 좋게 봐줄 수가 없다 아무런 의미 없이 골려주려고 했던 말이겠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아이에게 너무 심했지 않았나 생각도 하며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은 까마귀고기를..

詩 2016 201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