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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과 갯벌/배 중진

설봉과 갯벌/배 중진 남들과 같이 야물딱지지 못하여 쏟아지는 물과 섞여 정처 없이 헤매며 떠내려와 더러움과 함께 고상했던 시절 더듬어 본다 저 단단한 바위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떨어지지 않는다는 법 없다 함을 오늘도 눈물 흘리며 너와 나 사이에는 무심한 바다가 드리워져 너의 얼굴을 어루만져 본다 너는 자꾸 높아지고 나는 점점 낮아진다 설봉 눈이 덮인 산봉우리. 야무지지 자동차 소리 들리지 않는 달밤에 촌길을 걸었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앞에 오는 사람이 무섭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동네 분이라서 정답게 인사드리고 또 그림자를 대동하고 어디론 가를 향해서 걷곤 했었지요. 걷는 것이 좋았고 밤이라서 보는 사람 많지 않았지만 작은 불빛이라도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던 순간이었지요. 멋진..

詩 2017 2017.01.17

치악산 시루봉(비로봉)/배 중진

치악산 시루봉(비로봉)/배 중진 옛날 옛적에 치악산의 정기를 먹고살 적에 시루 같은 산꼭대기가 궁금하여 아침 일찍 산행하기 시작했는데 밑에서 보기와는 달리 쉽지 않은 길이었으며 까마득하게 높았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간신히 밧줄을 잡고 오르긴 했는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얼마나 지쳤던지 정상에서 온 누리를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넋을 잃고 주저앉아 산등성이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왼쪽에서 갑자기 솜털 뭉치를 일자로 자른 듯 안개가 밀려와 오른쪽의 맑은 하늘을 순식간에 덮어 앞뒤 구분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내려갈 길이 막막했으며 나중에 보니 그것은 시루떡을 찌는 수증기 같았으며 농무가 걷히자 누군가에 의해 쌓아 올려진 돌탑이 보였고 올라왔던 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뽀얀 그 는개..

詩 2016 201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