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2012 파일 2

금잔디와 썰매/배 중진

금잔디와 썰매/배 중진 남의 정원에 잘 자란 금잔디를 보면서 어린 시절 뒷동산에서 썰매 타던 생각이 불현듯 일어나 피식 웃으며 순식간에 높은 곳에서 쏜살같이 달려본다 토광문의 널판 중에서도 석 삼자가 깨끗하고도 넓어 떼어낸 후 산비탈로 달려가서 깔고 앉아 있기만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는데 턱만 있으면 자주 걸리는 것이 흠인지라 두 개의 나뭇가지 위에 송판을 씌워 못질하고 앞부분은 깎던가 구부려 걸리지 않고 멀리 갈 수 있게 했으며 초도 칠해서 윤이 반짝반짝 나기도 했던 것이 뭐가 못마땅했는지 투정을 부리다 못해 뾰족한 못이 튀어나와 엉덩이에 박혔던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도 않는다 얼마나 아픈지 누구한테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슬그머니 일어나 집으로 왔어야 했던 쓰라린 기억을 더듬으면서도 그때가 행복했었노..

詩 2017 2017.04.08

소공동 골목길/배 중진

소공동 골목길/배 중진 우린 헤어져야 했다 너는 호주로 나는 촌으로 뜨겁게 할딱이던 순간이 채 식기도 전에 눈물 훌쩍이며 등을 보이곤 공항행 버스에 몸을 싣는 사랑아 우리는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왜 모르시는가 부질없는 인생 사랑 떠난 신세가 처량하였나 소나기가 퍼붓건 말건 소공동 골목길에서 서울역을 향하여 물에 빠진 생쥐처럼 걸으며 설움을 곱씹는다 흠뻑 젖어 감기 들은들 무슨 대수랴 다시 못 할 사랑은 영영 떠났는데 식혜를 좋아하여 집에만 내려갔다 하면 어머니께서 급히 만드셔 주셨던 사랑의 선물이었지요. 그런데 단호박 식혜도 있었네요. 전혀 생각도 못했고 그런 것을 만드시는 분들도 알지 못한답니다. 세상은 넓어 이렇게 저렇게 연구하시는 분들이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맛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랍..

詩 2017 2017.01.17